제대로 한 방을 맞은 것 같다. 지역에서 착한 사람이라고 소개를 하며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이 실수였다. 9일 오후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기분이 좀 어떠냐며 어려운 인간 도와줬더니 안주거리로 삼는데 살아 있느냐고.

솔직히 기분은 나쁘다. 지금와서 그렇게 싸잡아서 헐 값으로 넘길줄은 몰랐다. 순간 배은망덕한 인간이라는 생각만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그나마 지역에서 열심히 활동하려는 모습이 좋아서 좋게좋게 소개를 한 것이 인생교육을 다시 한 번 시켜준다고 받아들여야 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돈이 필요해 갖은 핑계를 대는 인간에게는 앞으로 절대로 도와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깊이깊이 새겼다. 살아보겠다고 아둥바둥하는 모습이 안타까워 넘어간 것 같다. 태풍이 몰아치는 파도보다 더한 후회라는 것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아 이런 쓰레기 같은 인간을 왜 도왔나 싶다.

급전이 필요하다고 밤에 전화해 사정사정해서 바로 입금을 해줬는데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차일피일 미루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늦게 갚으며 앙심을 제대로 품었나 보다. 치졸한 인간이었나 보다. 돌아가신 할머니와 아버님이 항상 하신 말씀이 있었다. 빌려주고 욕먹고, 받을때 감정 상한다며 절대로 돈을 빌려주고 마음에 상처를 받지 말라고. 설마했는데 역시나 당했다. 우라질 인간 같으니라고. 에이 그냥 너 가져라 했으면 뒷통수를 맞지 않았을텐데.

도움을 받은 것에 대해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으니 꼭 뭐 같다고 해야겠다. 작은 것을 베푼 은혜를 원수로 갚으니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은 아닌게 확실해졌다. 결국 세 치 혀에 놀아났다. "열심히 살려고 한다"는 달콤함이 가득 묻어 있는 말에 스스로 넘어갔으니 어쩔수 없는 일이다. 이제 더이상 이런 일은 반복하지 말아야겠다.

애걸복걸 하는 것을 들어준 것이 후회가 돼 '한번 만나줘요'라는 노래를 검색했다. 가사가 나의 처지를 비유하는 듯이 느껴졌다. 왜 들어줘서 사서 고생을 하느냐고 타박하는 것 같았다.

한번 만나줘요, 울랄랄라. 제발 놀아줘요, 울랄랄라. 잠깐잠깐이라도 시간좀 내줘요(부탁할께요 꼭이요).
한번 전화줘요, 울랄랄라. 제발 전화줘요, 울랄랄라. 두근두근 당신만 기다리고 있어여(부탁할께요 꼭이요).

이정민 기자  com4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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